여성들의 삶,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꽃피는 봄이 오면' 전북자치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근대기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꽃피는 봄이 오면'전을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8월26일까지 개최한다. 남성 중심 사회와 일제 식민지에서 차별받던 여성들의 인권과 인식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운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유물과 사진 자료 등을 선보인다. 1부 '어둠에서 빛으로'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차별받던 여성의 삶이 천주교, 동학, 갑오개혁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2부 '새로운 세상으로'에서는 개항 이후 여성을 위한 여학교가 설립되며 여성 근대교육을 통해 여성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3부 '시대에 맞선 신여성'의 경우 교육을 통해 자아의식이 성장한 ‘신여성’이 남성 지배적 남녀관계와 가족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새로운 문화와 함께 세상을 향해 나가는 과정을 알아본다. 4부 '나가자 직업전선으로'에는 새롭게 등장한 여성 직업과 사회진출을 통해 여성해방을 강조한 신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5부는 '나라를 구하는 데 남녀가 따로 있나'에서는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화에서 개인의 삶을 희생하며 구국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근대기 꽃피는 봄이 오길 소망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여성들의 삶과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24/05/10
'한글에 홀린 사람’ 안상수…오케이앤피 부산, '홀려라' 개인전 "나는 글자를 절구 속에 넣고 빻는다." 마치 부적 같은 무늬들은 알고 보면 글씨, '문자도'다.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의 조형 실험이 빛나는 '홀려라'시리즈다. 1985년 훈민정음 해례본에 담긴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탈네모꼴의 ‘안상수체’를 개발한 그는 '한글에 홀린 사람'으로 통한다. '한글’ 등 글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조형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2017년부터 '홀려라' 문자도 시리즈를 지속해 오고 있다. 알 듯 말 듯한 문자도는 추상화 같다. '홀려라'는 한글 닿자와 민화를 조합하여 만들었다. 글자로 이루어진 이미지지만, 각 글자를 해체하여 조합했기 때문에 실제로 마주하면 읽어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음 ‘ㅎ’의 존재로 ‘발성과 묵음 사이’를 오가게 하지만 애써 읽어내려 할 수록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맴돌게 한다. 미술평론가 조새미는 “홀려라 연작에 드러나는 그림 형상은 공통으로 감각 지각적 요소의 특성을 내포한다. 마치 둘 이상의 관이 중앙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양쪽에 있는 액체들이 서로 침투하면서 같은 높이와 밀도를 이루게 되는 과학 실험용 도구인 연통관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글씨 문자'도는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까지 나아가 미술계와 디자인계를 주술처럼 넘나든다. 미술평론가들은 그를 향해 '진정한 아방가르드의 모습'이라고 상찬하고 있다. 문자도는 물론 그가 제작한 '생명평화무늬'는 '이효리 타투', '황희찬 타투'로도 알려져 MZ세대도 주목하고 있다.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생명과 평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모임인 생명평화결사를 위해 제작된 상징이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출신 토종 디자이너로 한글로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어내는 그는 세계 디자인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중앙미술학원(중국) 특빙교수, 런던왕립미술학교(영국) 방문교수를 역임했고, 세계 각국의 초대를 받아 전시를 치렀다. 디자이너에서 미술 작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1980년대부터 그는 디자이너로서는 드물게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임을 알려왔다. 이불, 최정화 등 한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이들과 가까이 지내며 다양한 기획전을 함께 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리움미술관 전신인 로댕갤러리 '한.글.상.상'(2002)전을 비롯해 구텐베르크상 수상기념 라이프치히 HGB 초대전(2007), 서울시립미술관의 '날개.파티'(2017)전 등 대규모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도쿄 비엔날레'(도쿄, 2021)를 비롯하여 (샌디에이고미술관, 2023), '광저우 트리엔날레'(광동미술관, 2023) 등 해외 주요 기획전에도 참여하며 작가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안상수의 면모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오케이앤피 부산에서 열린다. 오케이앤피 부산 오상현 대표는 "안상수 작가는 스스로도 ‘한글에 홀린 사람’이라 말한다"며 "이번 전시의 제목은 작품의 이름 그대로 가져와 ‘홀려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홀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문자도 '홀려라'는 안상수 미학의 정수를 꿰뚫는 연작이다. 이전보다 더욱 과감한 형태 해체와 조합이 두드러진다. 흡사 만화경을 연상케하는 '홀려라'는 그가 단순히 글자들을 조합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러 실험을 통해서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은 문자도는 붓질의 힘과 에너지가 넘친다.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흑연'을 활용한 독특한 마티에르가 돋보인다. 오케이앤피 부산은 이 전시와 더불어 '아트부산2024'에 참가, 안안상수의 초대형 '홀려라'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전시는 6월9일까지. 2024/05/10
양산시립독립기념관, 문체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통과 경남 양산시립독립기념관이 8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상반기 공립박물관·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했다. 공립박물관 및 미술관의 질적 향상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를 위해 2017년부터 실시되는 사전평가 제도는 박물관 건립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다. 설립단계부터 운영계획까지 3차에 걸쳐 엄격하게 평가한다. 시립독립기념관은 지난해 개관 후 정상적 운영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시로 기부채납된 시설로, 향후 시 운영 시 공립박물관 사전평가를 받아야 했다. 지난 1월 서면 심의를 시작으로 3월 현장실사와 이번 최종발표까지 절차를 이행해 평가위원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설과 운영인력 완비와 개관 이후 시민참여형 교육, 문화프로그램과 소장품 확보, 전시 운영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립박물관 평가인증 3회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성화 기념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향후 전문인력의 보충을 제안 받았다. 기념관 측은 지난해 12월 현충 시설 지정에 이어 이번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통과로 올해 안에 공립박물관 등록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해 명실공히 양산을 대표하는 공립박물관으로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립독립기념관 관계자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높은 관심 속에 운영되고 있는 기념관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지게 됐다"며 "앞으로도 양산의 순국선열을 기억하고 업적을 계승하기 위한 전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4/05/09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강북진달래홀 갤러리서 전시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강북문화재단과 협력해 오는 11일부터 6월 3일(월)까지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진달래홀 갤러리에서 'SeMA Collection: 청산별곡'을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13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자치구 협력전시’를 열어 미술관의 소장품을 자치구 내 공간에 전시, 일상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청산별곡'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작품 중 산을 소재로 다루거나 산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한 작품을 선정했다. 김기창, 김동철, 김종학, 김호득, 민경갑, 박광진, 박노수, 석철주, 송수남, 유근택, 이상국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판화, 한국화, 회화 부문의 소장품 총 13점을 선보인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 자치구 협력전시는 시민의 자산인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시민이 향유하도록 하여 공공미술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전시”라며 “2024년 새롭게 협력하게 된 강북구와의 전시를 통해 기관 간 교류를 확대하고, 앞으로 다양한 지역의 시민들이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2024/05/09
사진으로 보는 국보 반가사유상…두손갤러리, 준초이 개인전 불교 조각의 걸작으로 꼽히는 국보 반가사유상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덕수궁길 두손갤러리는 준초이 작가의 개인전 '필연적 만남, Serendipity'전을 오는 14일부터 6월20일까지 개최한다. 준초이의 대표 작품인 '반가사유상'의 세계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반가사유상의 순수한 피사체가 담긴 원형의 작품과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변형된 작품과 과거, 현재 그리고 상상 속 미래의 반가사유상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준초이의 '반가사유상'은 2006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비롯한 백제금동대향로, 백제산경문전 등 백제의 대표적인 유물의 사진을 담은 도록 '백제'를 출간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전시로 이어져 부산시립미술관(2008), 일본 후쿠오카 국립박물관(2009) 등에서 주목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근경에서 포착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 수행하는 반가(半跏)의 옆 모습, 곡선의 어깨가 드러난 뒷모습까지 준초이의 섬세한 감각으로 조명한 반가사유상의 아름다운 자태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다. 작가 준초이는 사진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시기, 반가사유상과의 내면의 대화를 통해 깊은 해탈의 경지를 발견한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했다. 과거가 축적된 반가사유상의 거칠어진 표면에 주목해 1500년 동안 켜켜이 쌓아진 상처를 자신의 삶에 투영시켜 바라본다. ◆사진작가 준초이는? 중앙대학교 사진과와 일본 니혼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광고 사진작가로 활동한 후 1988년 한국으로 귀국했다. 40여 년간 광고와 인물 사진가로 이름을 알렸고 순수 예술 사진으로 작업을 확장했다. 2014년 1년간 해녀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담은 사진집 '해녀와 나'를 출간한 후 서울 포스코 미술관(2014), 파리유네스코 미술관(2015)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2024/05/09
국립현대미술관, '우주 엘리베이터'…연극·무용·설치·토크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다원예술 2024 '우주 엘리베이터'를 오는 2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우주에 대한 상상력과 감각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전시명인 ‘우주 엘리베이터’는 러시아 과학자인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y)가 1895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지궤도까지 엘리베이터로 연결하는 일종의 건축 방식이다. '다원예술 2024'는 인간이 자기 충족적인 지구를 떠나 새로운 현실인 우주로 가야 하는 ‘이유’와 지구 바깥으로 가기 위한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소재로 공학적 상상력과 인간의 본질적 욕망과 두려움을 예술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예술의 중요성과 과거 구상의 유효성 그리고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본원적인 감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무대다. 전시는 내년 2월까지 총 10개의 개별 프로그램을 월별로 진행하며, 다양한 젊은 작가를 선보이는 쇼케이스도 예정되어있다. 오는 25일 일본의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의 연극 '우주선 ‘인-비트윈’호의 창문'으로 문을 연다. 인간 승무원 네 명과 안드로이드 승무원 한 명을 태운 우주선 인-비트윈(In- Between)호의 우주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6월과 7월에는 한국의 안무가 노경애의 무용과 전통음악 박민희의 공연이 펼쳐진다. 8월에는 한국과 영국의 미디어아트 듀오 김치앤칩스의 '또 다른 달'이 미술관 야외에 설치된다. 하반기(10월~2025년 2월)에는 우주를 상상하면서 과거와 미래, 의식과 무의식, 공학과 예술 등을 연결하고 여러 감각을 융합해보는 작업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시각예술가인 태국 출신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자신의 예술세계에서 VR을 처음 시도해본 작업인 '태양과의 대화(VR)'와 장편 영화인 '메모리아'를 함께 선보인다. 한국의 설치 작가 이미래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작가인 유코 모리는 퍼포먼스 신작을 제작한다. 10월에는 공학, SF 대중문화 그리고 예술 간의 연결점에 대한 심도 있는 토크도 진행한다. 특히,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다원예술 쇼케이스는 해외 지역과의 교류 촉진 및 다양한 신진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올해는 덴마크 예술센터 아트 허브 코펜하겐의 디렉터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와 협업하여 1980-1990년대 출생의 한국작가 4명, 덴마크작가 4명 작가를 소개한다. 이들은 오는 9월 4~5일 서울관의 곳곳에서 자신의 신체를 통해 세상을 사유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급변하는 예술 환경에 발맞추어 매년 다채로운 매체의 융합을 보여주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된다”며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재미있고도 미래적인 주제를 통해 미술관에서 다양한 상상과 현실을 예술로 연결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24/05/09
천연염색의 진수…나주서 '천연염색 페스타' 열린다 수천 년 전통을 이어온 대한민국 천연염색의 메카 전남 나주에서 최대 규모의 천연염색 축제가 열린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은 오는 17일~19일 사흘간 나주시 다시면 한국천연염색박물관 일원에서 '2024 천연염색 페스타'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로컬100'에 선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천연염색의 진수를 보여줄 페스타는 '영산강을 물들이다'라는 주제로 천연염색 관련 전시·교육·체험, 플푸마켓, 공연,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시민과 관광객, 천연염색 애호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 프로그램이 기대된다. 앞서 지난 2일부턴 천연염색 페스타를 알리기 위한 전시전 '블루리버'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17일부턴 전국천연염색지도사협회 회원들의 특별 전시작품을 박물관 야외 공간에서 선보인다. 또 '천연염색 홀치기 기법' 교육과 '미니곰 쪽 염색', '전사 머그컵', '알록달록 색칠놀이', '바이페인팅', '네일아트', '손 마사지', '공예품 플푸마켓' 등 관람객을 위한 체험행사도 다채롭게 마련된다. 여기에 천연염색 토크쇼, 지역 뮤지션 자선 공연, 노래자랑 등 풍성한 볼거리도 준비한다. 2024/05/08
그래픽디자인의 미술 탐구생활…국제갤러리부산, 김영나 첫 개인전 그래픽디자인의 '미술 탐구'는 ‘Easy Heavy’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 과연 융합될 수 있을까? "저는 경계를 넘고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보다는 경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상업 디자인에서 그래픽을 할 때도 경계에 있었죠. 하지만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경계인으로 살아있는 것. 이번 전시에서 제가 하고 싶은 제스처와 맞닿아있는 이야기입니다." 8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난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찾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이 생겼다"며 미술로 뛰어든 그래픽디자인의 영역 확장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의류브랜드 코스(COS), 에르메스(Hermès)와 미술관 아트숍과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려왔다. 국내 3대 화랑인 국제갤러리가 픽한 작가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회화, 평면작업, 조각, 벽화로 구성된 근작 4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의 전시 주제인 ‘Easy Heavy’처럼 쉬워 보이는데 어렵게 보이는 낯섦을 전한다. "익숙한 사물과 디자인적인 요소를 새로운 시공간에 배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란 무엇일까?" 디자이너에게는 ‘낯선’ 공간인 전시장 벽면에 이 같은 질문으로 끌고 들어온 그는 "그래픽 디자인이 단순한 기능적 표현을 뛰어넘어 문화를 해석하는 기호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픽 디자인은 보통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념품처럼 수집 가능한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김영나는 이 수집된 이미지들을 샘플링이나 재편집의 과정을 거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현한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신작 'H1276'의 상하단에는 기하학적 도형, 숫자, 알파벳 등이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다. 스티커나 표지판처럼 대량생산되어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시각 언어를 추상화의 과정을 거쳐 샘플링한 후 캔버스, 텍스타일, 아크릴, 석고 등의 다양한 재료의 지지체와 접목시킨 작품이다. 실제로 작가는 오랜 기간 그래픽 디자인이 가득한 스티커들을 강박적으로 수집해왔다. 여기에는 물론 작가 개인의 기억 및 경험도 담겨있지만, 사물이 담고 있는 지시문이나 기능적 문구에 의외의 편집 과정이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지체가 가미되었을 때 그 결과물은 상당히 흥미로워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스터 같기도 하고 간판 같기도 한 작품들. 지그재그 자유롭게 배치된 캔버스 사이를 가르는 형광색의 띠가 눈길을 끈다. "공간을 다르게 보기 위해서 칠했는데, 전시장 문 옆에 있는 벽 기둥에서부터 라인이 연장됩니다. 아 물론, 수평 수직을 위해 사용하는 레이저빔 쏜 것 같은 의미도 있어요." 이 형광색의 라인은 전시장 전체 분위기를 잇고 나누며 경계를 넘나들게 작품을 설치해 생동감을 전한다. 그래픽디자이너인 작가에게 전시는 일종의 무대와 같다. 전시의 관습을 따르는 대신 공간에 주어진 골격이나 기능적 특징들을 하나하나 살펴 디자인적인 측면을 더 고려했다.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설치하며 스스로 연출가의 역할을 자처했다." 디자인과 미술의 두 영역 사이를 오가며 미학적 가치의 새로운 논의를 발제하는 작품은 일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현대미술의 관대함도 엿볼 수 있다. 국내 최고 아트페어 아트부산 기간에 열린 전시는 6월30일까지 열린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2008년에 네덜란드 아른험 미술대학에서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가와 디자이너로서의 작업을 병행하는 한편, 베를린에 위치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LOOM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베를린 에프레미디스 'TYVMXZU!!'(2023), 서울 두산갤러리 'TESTER'(2023), 필라델피아 ICA 미술관 《OUTSIDE IN: FFC on 6, 7, 8》(2021), 베를린 A to Z '일시적인 작업실, 56(202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물체주머니'(2020), 서울 갤러리 팩토리 '발견된 개요(Found Abstracts)'(2011) 등이 있다. 이외에도 리스본 건축 트리엔날레(2019), 뮌헨현대미술관(2017), 국립현대미술관(2015, 2013),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2013), 뉴욕현대미술관(2012),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2011) 등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파리 장식 미술 박물관, 뮌헨 디 노이에 잠룽-디자인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2024/05/08
세실리 브라운 "엉덩이 드러낸 나나, 마네 나나와 다르죠" 낯익은 듯 낯선 그림은 미술사의 흔적이 베여있다.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화가 세실리 브라운(55)의 신작 '나나'는 에두아르 마네의 1877년 작품 ‘나나(Nana)’에서 빌려왔다. 마네의 ‘나나’는 창부(娼婦) 한 명과 그녀를 기다리는 손님을 묘사해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하얀 엉덩이를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는 세실리 브라운의 '나나'는 관능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누드에 명랑함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미술사에 등장한 여성들을 독립적인 모습으로 재탄생 시킨다. 2023년 ‘죽음과 하녀’ 전시를 통해 소개된 적 있는 ‘당신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No You for Me)’ (2013)를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글래드스톤갤러리 서울은 "이번 신작은 도덕성(morality)을 죽음(mortality)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면서 "‘나나와 다른 이야기들’ 전시는 정물화라는 주제를 다시 돌아보는데, 이는 기괴한 대상에 대한 작가의 매혹을 반영하는 동시에 네덜란드와 플랑드르(Flemish) 정물화 전통을 깊이 탐구했던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소개했다. 1969년 영국 런던 태생으로 뉴욕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세실리 브라운은 낯익은 그림처럼 미술사와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섹슈얼리티, 죽음, 권력 등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풍부한 붓터치, 생생한 색채, 유연한 표현 방식으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복잡해 보이는 그림에 대해 작가는 "보면 볼수록 새로운 심상이 떠오르는 그림을 지향한다"며 “내 그림을 천천히 꼼꼼하게 봐 달라"고 전했다. 세실리 브라운은 동시대 최고 작가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여성 생존 예술가로는 최초로 202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회고전을 열어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는 당시 ‘죽음과 하녀(Death and the Maid)’에서 선보인 작품 가운데 일부를 재조명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997~1998년 회화 '피자마 게임(The Pyjama Game)이 56억 원에 낙찰돼 국내 큰 손 컬렉터들에 알려진 작가다. 전시는 6월8일까지. 2024/05/07
대구 구수산도서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수상작 전시 행복북구문화재단 구수산도서관은 '책 속 인물에게 보내는 한글 손 편지' 공모전 수상작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전시는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오는 22일까지 대구 구수산도서관 아틀리에(지하 1층)에서 진행된다. 공모전은 지난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국립한글박물관이 전국 120개 도서관 2172명의 어린이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시에는 동평초등학교 이채원 학생의 '하하자매떡집'을 읽고 쓴 으뜸상 작품, 강북초등학교 권은률 학생의 '꽃 할머니'를 읽고 쓴 버금상 작품 등 수상작 27점이 진열됐다. 도서관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도서관을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진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05/07